“왜 잘될수록 망하는 걸까?” 이 글은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해 인간 심리의 깊은 이면을 탐색합니다. 성공이 오히려 자기 파괴의 시작점이 되는 이유를 심리학적으로 풀어내며, 자만심, 과도한 보상 심리, 인간관계의 붕괴 등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다룹니다. 잘 나갈수록 오히려 더 위험해지는 이유, 성공이 판단력을 흐리는 방식, 그리고 그로 인해 무너지는 수많은 사례들 속에서 당신은 낯선 자기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성공 이후에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지금 잘되고 있다면 오히려 왜 더 경계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되묻는 통찰의 글입니다.
잘 나갈수록 더 위험해진다? 성공 이후에 찾아오는 자만, 과도한 보상 심리, 관계 단절 등 자기 파괴의 심리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글로 심리학적 통찰을 통해 ‘성공 이후가 진짜 시작’ 임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1. 성공이 부른 착각: 나는 통제할 수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통제감(Perceived Control)에 대한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어떤 일이 잘 풀릴 때, 그것이 오롯이 자기 능력의 결과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는 심리학에서 "통제의 환상(Illusion of Control)"이라 불리는 인지 왜곡 현상이다.
예를 들어, 사업이 잘 되거나 사회적 성공을 경험한 사람들은 “내가 옳은 선택을 해서 이룬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외부 환경, 시대적 흐름, 타인의 도움 등 수많은 변수들이 얽혀 있다. 이처럼 복잡한 결과를 지나치게 단순화해 자기 능력으로 환원시키면, 그다음부터는 성공 자체가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통제의 환상은 위험한 자기 확신으로 이어진다. 이른바 “내가 하면 된다”는 마인드가 강화되며, 그 결과 위험을 과소평가하거나 리스크를 무시하게 된다. 예컨대 투자자가 연달아 성공한 후 무리하게 큰 금액을 투자해 몰락하거나, 스타트업 창업자가 단기간 성공 후 무분별하게 확장하다 도산하는 일이 반복된다.
결국 ‘성공은 나의 능력 덕분’이라는 인식이 ‘실패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오만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잘 되고 있을수록 점점 더 자기 자신을 과신하게 되고, 그 자만이 파국의 씨앗이 된다.
2. 보상 심리의 덫: 난 이 정도는 누릴 자격이 있어
성공 이후에는 그동안의 고생과 노력을 정당화하려는 보상 심리(Reward Justification)가 발동한다. “이만큼 일했으면 이 정도는 즐겨야지” “이 정도 성공했으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지”라는 생각은 지극히 자연스러우며, 어쩌면 당연한 권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여기에는 위험한 자기 면책이 숨어 있다. 잘 나갈수록 우리는 경계심을 늦추고, 자기 절제를 느슨하게 만든다. 특히 자기 통제력(Ego Depletion)은 장기적인 목표보다 즉각적인 쾌락이나 보상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는 도박, 과소비, 사내 연애, 권력 남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한 실험에서는 사람들이 중요한 결정을 연이어 내릴수록, 점점 자기 통제력이 약화되어 무분별한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실제로 성공한 유명인들이 스캔들, 탈세, 중독, 자살 등으로 몰락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대부분 “나는 이미 충분히 노력했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무방비 상태로 만든다.
즉, 성공은 한편으로 자기 파괴적 보상의 시작점이 되기 쉽다. 자기 정당화의 유혹은 달콤하고, 사람은 그것을 합리화하는 데 뛰어난 존재다.
3. 관계의 무너짐: 성공이 만든 고립과 단절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정의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성공은 오히려 주변과의 관계를 약화시킨다. 위로 올라갈수록 외로워지는 법이라는 말처럼, 성공은 종종 공감 능력을 약화시키고 타인의 조언을 무시하게 만든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의 사고가 '빠른 사고(직관)'와 '느린 사고(논리)'로 구성된다고 말한다. 성공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사람은 빠른 사고에 의존하게 되며, 점차 자신의 결정에 타인의 조언을 끼워 넣지 않게 된다. 이는 곧 피드백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
더불어, 성공한 사람 주변에는 점점 '진짜 조언자'보다 '예스맨'이 많아진다. 비판을 하지 않는 환경에서 사람은 자신이 틀릴 가능성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게 되고, 실제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어도 멈추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누구도 브레이크를 걸어줄 수 없는 고립된 존재가 되어버린다.
관계가 무너진다는 것은 곧, 인간이 가지는 가장 강력한 복구 메커니즘을 잃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실수를 초기에 잡아주는 주변이다. 잘 나갈수록 그 주변이 사라지고, 그러다 보면 실패는 더 커지고, 추락은 더 깊어진다.
우리는 종종 성공을 하나의 도착점으로 여기지만, 심리학적으로 보면 성공은 오히려 리스크의 시작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심리적으로 성공을 유지하는 데 적합하지 않게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생존의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잘 작동하지, ‘얻은 것을 유지하기 위해’ 설계된 존재가 아니다.
그렇기에 성공했을 때 더더욱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과신하지 않는 회의적 사고, 유혹을 이겨내는 자기 절제, 고립을 막는 건강한 관계 유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성공은 과정의 일부일 뿐 결과가 아니라는 인식 전환이다.
“왜 잘 될수록 망하는가?”라는 질문은 결국 “왜 우리는 인간인가?”라는 본질로 귀결된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감정적이며, 자신을 객관화하기 어려운 존재다. 그러니 잘될수록 오히려 더 겸손하고, 더 의심하고, 더 경청해야 한다. 잘 될수록 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잘 된 후의 삶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순간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